오픈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투자와 병행해야 하는 전략일까요? 물론 대부분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검토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들도 많습니다.

PepsiCo가 PepsiCo Labs를 통해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보다는 당사가 속한 산업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 PepsiCo가 모집을 진행하는 페이지를 살펴보면, 투자와 병행되지 않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대부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조직 내에서 겪는 문제점들에 대해 공모와 모집을 진행한 후, 해당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외부 솔루션을 수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또한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혹은 특정 분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즉 구체적인 협업 과제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 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PepsiCo가 성공 사례(Success Stories)로서 소개하는 사례들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갑니다. 투자한 누적 금액보다는 시도한 시험 프로젝트의 개수가 강조되어 있으며, 케이스 스터디(Case Studies)를 통해 PepsiCo가 진행한 테스트의 성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성과 또한 투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PepsiCo라는 거대 고객사를 통해 스타트업이 제품에 대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고, 어떤 개선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모두 살펴보면, PepsiCo가 PepsiCo Labs를 통해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은 투자자 혹은 인수자가 아니라, 어쩌면 ‘첫 고객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사가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스타트업들이 제안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장 먼저 테스트해보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죠. 물론 단순히 이러한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은 PepsiCo 입장에서 손해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한 PepsiCo의 해석은 다소 다릅니다.

PepsiCo는 음료와 간식류와 관련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품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제품 간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또한 경쟁이 극도로 심한 시장인 동시에 마진율은 매우 낮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PepsiCo는 이렇듯 과밀집된 시장에서 홀로 경쟁을 해나간다는 것은 어리석은 전략이라고 판단하였고, 외부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통해 혁신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PepsiCo Labs의 부사장인 David Schwartz는 한 인터뷰를 통해 “PepsiCo는 전세계적으로 약 25만 명의 뛰어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어떠한 기업도 모든 최상의 아이디어를 내부적으로만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협력함으로써 외부 혁신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고 말하면서, “ 딥테크의 일부 분야가 벤처 캐피탈 시장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그 혁신적인 솔루션을 PepsiCo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PepsiCo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장 최신 기술들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확인하고, 사용해보고, 결과를 검토해볼 수 있는 전략적인 창구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산업에서도 경쟁자들보다 항상 한걸음 앞서 있을 수 있는 정보력을 갖추게 된 것이죠. 즉, 오픈이노베이션을 단순 투자와 비용으로만 치환하는 많은 기업들과는 달리, PepsiCo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얻은 값진 정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가장 먼저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현대시대는 정보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정보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I를 비롯한 혁신 기술들이 갈수록 가파른 기세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경쟁사들에게 뒤쳐지고 말 것입니다. 코카콜라와 수십년간 경쟁하며 Fast Follower 전략을 펼쳐왔던 PepsiCo는 그 누구보다 정보의 가치를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정보력과 혁신적인 솔루션을 앞서 갖추기 위한 PepsiCo와 PepsiCo Labs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그들의 사례를 볼 때 매우 뛰어난 전략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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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012] 투자자가 아닌 고객사 되기: PepsiCo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